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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인 - 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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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개었다.

    동시에 저 편 들판 건너 숲 뒤에는 둥그렇게 무지개가 뻗쳤다.

    오묘하신 하느님의 재주를 자랑하듯이, 칠색의 영롱한 무지개가 커다랗게 숲 이 편 끝에서 저 편 끝으로 걸치었다.

    소년은 마루에 걸터앉아서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 나절을 황홀히 그 무지개를 바라보고 있던 소년은 마음 속으로 커다란 결심을 하였다.


    '저 무지개를 가져다가 뜰 안에 갖다 놓으면 얼마나 훌륭하고 아름다운 것인가?'


    (중략)


    "얘야, 무지개는 못 잡는단다. 멀리 하늘 끝 닿는 데 있어서 도저히 잡지 못한다."

    "아니에요. 저 들판 건너 숲 위에 걸려 있는데......"


    "아니다. 보기에는 그렇지만, 너의 이 어미도 오십 년 동안을 잡으려면서도 그것을 못 잡았구나."

    "그래도...... 난 잡아요. 네? 내 얼른 잡아 올께."

    어머니는 다시 일감을 드셨다. 그의 눈에는 수심이 가득 찼다.

    "네? 가요?"

    찬란히 빛나는 무지개의 유혹은 소년에게는 무엇보다도 강한 것이었다.

    어머니의 사랑의품보다도, 따뜻한 가정보다도, 맛있는 국밥보다도, 무지개의 유혹만이 이 소년의 마음의 전체를 누르고 지배하였다.


    (중략)


    무지개는 도저히 잡지 못할 것인가 하는 의심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 때에 그의 눈앞에 다시금 찬란히 빛나는 무지개가 마치 그의 마음 약한 것을 비웃 듯이 커다랗게 웃고 있었다.

    위태스러운 산길, 험한 골짜기, 가파로운 뫼며, 깊은 물, 온갖 고난은 또한 그를 괴롭혔다. 그러나 그는 더욱 희망과 용기를 내어 무지개로 무지개로 가까이 갔다.


    그러나, 얼마를 더 간 뒤에 소년도 마침내 인제 한 걸음도 더 걸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거기서 무지개는 도저히 잡지 못할 것임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그는 몸을 커다랗게 땅에 내어 던졌다. 그리고 드높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아아, 무지개란 기어이 사람의 손으로 잡지 못할 것인가?"

    아직껏 그와 같은 길을 걸은 수많은 소년들의 부르짖는 그 부르짖음을 이 소년은 여기서 또한 부르짖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여기서 그 야망을 마침내 단념하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그 때에는 이상하다. 아직껏 검었던 머리는 갑자기 하얗게 되고, 그의 얼굴에는 전면에 수없이 주름살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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